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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전설]“기왕에 핀 꽃잉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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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이 작성일25-08-05 13:29 조회2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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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경제적 여유에서 오는가, 아니면 마음의 여유에서 비롯되는가. 가끔 이런 생각에 잠길 때가 있다. 흔히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하지 않던가. 배가 불러야 문화니 예술이니 할 여유도 생긴다는 말이다. 하지만 배가 부르다고 모두가 문화에 관심을 갖는 것은 아니다. 또 문화나 예술에 종사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반드시 품격 있는 인격체라 보기도 어렵다. 우리가 익히 아는 상류층 부인들의 예술 활동을 떠올려본다. 그들의 ‘문화 활동’은 예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결과일까, 아니면 그럴듯한 허세에 불과한 것일까. 이름을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을 것이다. 예술가인 체하며 벌이는 그 행위들이 얼마나 가증스럽고, 때로는 얼마나 민폐인지.
가끔 재벌 회장 사모님이 운영하는 갤러리에 들를 때가 있다. 대체로 실력 있는 큐레이터와 좋은 작가들이 참여해 근사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그런 장면을 마주하면, 작은 공간을 간신히 꾸려가는 내 처지에서는 ‘문화고 뭐고, 결국은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인가?’ 하는 자괴감이 스친다.
서학동으로 이사 와 문화 공간을 만들 때, 건넛집 할아버지가 “겉만 요란한 예술가 따위”라며 툭 내뱉고 지나갔다. 지금은 다행히 웃으시며 지나간다. 주변에는 그림을 그리려 택배 일을 하는 이도 있고, 중견 예술가가 빨간펜 선생님을 겸하기도 한다. 사진작가들은 결혼사진이나 기업 행사 사진을 찍으며 근근이 버티고 있다. 수많은 전시를 해도 일생에 작품 몇점 팔지 못하는 작가도 많다. 그럼에도 그들은 멈추지 않는다. 그것을 하지 않고는 못 견디는, 예술에 대한 갈망이 있기 때문이다.
어느 봄날, 산책을 하다 도로와 맞닿은 산자락 자투리땅에서 풀 매는 할머니를 봤다. 빈 땅을 비비고 들어가 밭으로 일군 지 얼마 되지 않은 곳이었다. 할머니가 풀 매고 지나간 자리엔 노란 민들레꽃이 군데군데 살아남아 있었다. 그런데 밭을 둘러보니 도라지 순이 올라오고 있었다.
“할머니, 도라지밭인데 왜 민들레는 안 뽑으셨어요?” 하고 물었더니, 허리도 펴지 않은 채 답하셨다.
“기왕에 핀 꽃잉께.”
그 자리에서 아득한 기분이 들었다. 이것이 바로 예술이었다. 돈·전시장이 없이도, 작가의 거창한 의도가 없이도 완성된 예술. 마음의 여유가 남긴 정다운 징표.
여름이 되니, 예쁜 도라지꽃이 피어 있었다. 내년 봄에는 또 민들레꽃을 보게 될 것이다.
경북 영천의 화장품 원료 제조공장에서 3일 낮 원인 불명의 폭발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공장 내부에 있던 관계자 1명이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3명은 중경상을 입고 병원에 옮겨졌다.
경북소방본부는 화재가 발생한 지 약 5시간30분 만인 오후 6시13분쯤 초진을 선언했다. 다만 화학물질을 다루는 공장인 탓에 완진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42분쯤 영천시 금호읍 구암리 채신공단의 화장품 원료 제조 공장에서 화재 신고가 접수됐다. 불은 3층짜리 제1공장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소방당국과 주민 등에 따르면 화재 당시 폭발은 굉음과 함께 짙은 연기가 발생해 주민과 일대 공단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크고 작은 폭발음은 5시간 가까이 계속됐다. 공장 폭발의 충격으로 공장에서 300여m 떨어진 편의점 유리가 파손되는 등 피해도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은 낮 12시58분을 기해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차량 48대와 인력 108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인 끝에 오후 6시13분쯤 초진을 완료했다.
불이 난 공장은 2층과 3층짜리 각 1개동과 5개동의 1층짜리 시설로 이뤄져 있다. 대부분 조립식 철골조 샌드위치 패널로 설치된 건물이다. 소방당국은 이곳에서 과산화수소 등 화학 제품을 취급했던 것으로 파악했다.
초기 진화는 끝났지만 소방당국은 대응 1단계를 유지했다. 내부에 여전히 불씨가 살아 있을 가능성이 있어 굴착기 7대 등을 동원해 야간 진화에 나섰다.
경북경찰청에 따르면 화재 당시 공장 내에서는 10명이 작업 중이었다. 이 중 9명(3명 부상)은 소재가 파악된 상태지만 나머지 1명(46)은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실종자가 공장 내부에 있는지, 밖으로 빠져나왔는지 파악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영천시는 인근 주민들에게 마스크를 착용하고, 행정복지센터 등 안전한 장소로 대피하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생명을 가지고 스스로 생활 현상을 유지하여 나가는 물체. 표준국어대사전은 ‘생물’을 이같이 정의한다. 생명을 가졌다는 건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책은 생물이 왜,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탐구한다. 벌꿀오소리, 독수리, 고라니, 펭귄의 독특한 생존 전략이 흥미롭다.
인간은 불을 발견하며 동물과는 다른 길을 걷는다.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고 음식을 데워 먹는 정도가 아니었다. 인간은 불을 피워 해가 진 뒤에도 삶을 지속할 수 있게 됐다. 불 옆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후대에 지혜를 전했다. 몇 시간씩 질긴 고기를 씹지 않아도 돼서 하루 1~2시간만 쓰면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고, 남은 시간 동안 생각을 하고 무언가를 만들고 꿈을 꾸기 시작했다.
지구에 이렇게 다양한 생물이 존재하듯, 지구 밖에도 외계인이 살고 있지 않을까. 왠지 공상에 가까워 보이는 질문에도 이 책은 과학적인 답을 준다. 책에 따르면 외계 문명이 존재할 확률은 100%에 가깝다고 한다.
올해 6월 기준 공식 확인된 외계 행성의 수는 3700개가 넘고, 그중 ‘지구형 행성’도 몇몇 발견됐다고 한다. 다만 우주 공간이 인간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넓어서, 시간상 만나지 못할 뿐이다.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화성도 지구와 공전 주기가 달라서, 그곳에 갔다가 돌아올 때까지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
프롤로그에서부터 과학은 어렵고 지겨운 것이라고 인정하는 저자는 누구보다 과학을 쉽고 재밌게 설명한다. 그는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서울시립과학관장, 국립과천과학관장을 지내며 12년간 ‘털보 관장’으로 활동했다. 다양한 TV 프로그램 출연에 이어 유튜브 채널 <보다>에서 본인의 이름을 딴 ‘과학 정모’도 진행 중이다.
세상을 이해하는 창은 여러 가지다. 정치, 경제, 문화… 하지만 가장 원초적이고도 본질적인 행위인 ‘먹기’를 창으로 삼아 세상을 들여다본다면 어떨까? 최근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받은 직후 많은 이들이 가장 먼저 “가족과 함께 무엇을 먹을까”를 떠올렸을지 모른다. 이재명 대통령도 세계 10대 경제 강국임을 자부하면서 “먹는 문제로 애달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소비쿠폰의 가치를 되새겼다. 우리는 주로 ‘먹는 것’의 즐거움과 풍요로움만을 이야기하지만, 그 이면에는 ‘먹지 못함’의 고통이 울려 퍼진다. 지구상에는 ‘먹지 못해’ 생긴 두 개의 상반된 비극이 공존한다. 하나는 ‘먹을 게 없는’ 아이들이며, 다른 하나는 ‘먹을 수 없는’ 아이들의 것이다. 나는 전자를 ‘사회적 섭식장애’로, 후자를 ‘개인적 섭식장애’로 부르고자 한다.
첫 번째 비극, ‘사회적 섭식장애’는 각종 미디어 속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는 사회가 특정 집단의 ‘생존을 위한 먹기’를 구조적으로 방치하고 방관해 발생하는 구조적 기아 현상이다. 2025년 오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아이들은 이 비극의 한복판에 서 있다. 최근 유엔 보고서는 가자 북부의 2세 미만 영유아 세 명 중 한 명이 급성 영양실조 상태이며, 이는 ‘인간이 만든 재앙’이라고 명시했다. 포탄이 식량 창고를 파괴하고 구호 트럭의 진입은 봉쇄된다. 아이들은 앙상한 팔다리로 연명하다 죽어간다. 이것은 결코 자연재해가 아니다. 국제사회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무관심이라는 거대한 ‘방관’이 아이들의 식탁을 치워버리고 생존권을 말살하는 ‘구조적 폭력’의 결과다. 이 아이들이 먹지 못하는 것은, 그들의 존재 자체가 세계로부터 거부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비극은 풍요 속에서 벌어진다. 바로 ‘개인적 섭식장애’다. 이는 사회가 한 개인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으로서의 먹지 못함’을 이해하지 못하고 방관하는 현상이다. 지난 2월 국내에서 ‘(제3회) 섭식장애 인식 주간’이 개최됐으며, 한국 사회의 또 다른 비극을 드러냈다. 지난 5년간 국내 섭식장애 환자는 60% 정도 증가했고, 특히 10~30대가 절반 이상이다. 이는 단순히 나약한 의지나 미용에 대한 그릇된 집착이 아닌, 살기 위해서 몸이 음식을 거부하는 것이다. 물론 그 결과가 때론 너무나 치명적이다. 미국 의료인류학자 레베카 레스터는 섭식장애를 ‘섭식’이 아닌 ‘존재론적’ 장애라 강조하며, 그것이 망가진 인간관계의 표출이자, 존재의 이유를 거부당한 몸의 외침이라 보았다. 그는 ‘먹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인간관계 속 고통을 줄여주는 ‘진통제’이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 아닌 진정한 ‘생존’ 전략이라 말한다.
정말 아이러니한 건 가자지구 아이들의 ‘사회적 섭식장애’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미국에서 3000만명(조현병의 5배, 알츠하이머 인지증의 2배)이 섭식장애를 앓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섭식장애가 미국 내 모든 정신질환 중 가장 치사율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62분마다 최소 한 명이 섭식장애로 목숨을 잃고 있다. 물론, 가자지구의 경우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치 않다. 전쟁 속 아이와 풍요 속 아이. 한쪽은 ‘먹어야 살 수 있는데’ 세상이 음식을 빼앗고, 다른 한쪽은 ‘먹지 않아야 살 수 있다’고 외치는데 세상이 그 마음을 외면한다. 너무나 달라 보이는 두 개의 ‘먹지 못함’은 ‘방관’이라는 이름의 폭력 앞에서 맞닿아 있다. 한 생명이 온전히 존재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그것이 물리적 음식이든, 관계의 안정감이든-이 무너지는 순간을 외면하는 사회적 무관심이야말로 가장 잔인한 폭력이다.
우리는 습관처럼 “식사는 하셨어요?”라고 안부를 건넨다. 이제 그 질문의 무게를 되짚어볼 시간이다. 우리는 한 아이의 식탁을 막는 구조를, 그리고 다른 아이의 ‘먹지 못함’에 담긴 절규를 방관하고 있지는 않은가. 두 개의 ‘먹지 못함’에 제대로 응답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먹기’라는 렌즈를 통해 우리가 마주한 이 시대의 가장 절박한 과제다.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영양을 섭취해 생명을 연장하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타인과 관계를 맺고, 이 세계 속에 내가 연결된 존재임을 확인하는 실존적 사건이다. 네덜란드 의료인류학자 아네마리 몰의 말처럼, 먹기는 “세계가 내 몸을 통과하는 경험”이다. 그렇다면, 어떤 세상이 우리의 몸을 통과하고 있을까. 그 세계가 한숨, 자괴감, 차별, 혐오로 이루어진 것은 아닐는지.
유엔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친밀한 관계 내 살인사건 피해자의 80%가 여성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알 수 없다. 국가 차원에서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에 대한 성별 통계 자체를 작성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민간단체인 한국여성의전화가 2009년부터 매년 언론에 보도된 교제폭력 사건들을 자체 분석하고 있는데, 2024년 기준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게 살해된 여성은 181명이다. 살해될 위험에 처했던 피해자까지 합하면 최소 650명에 달한다.
경향신문 여성서사아카이브 플랫팀은 <헤어지다 죽은 여자들>에서 딸들을 교제폭력으로 잃은 부모와 피해자들 곁을 지키는 활동가, 변호사, 연구자 등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의 교제폭력 현실을 바라본다.
교제폭력은 모르는 사람으로부터의 폭력보다 훨씬 위험하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가족, 사는 곳 등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으며, 피해자가 위험성을 자각하기 어렵고, 경미한 폭행에서 갑자기 살인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재 경찰 조사 단계에선 친밀한 관계‘라서’ 더 위험한 것이 아니라, “친밀한 관계‘니까’ 네가 참으라”는 식으로 가해자를 두둔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19대 국회 이후로 발의된 교제폭력 법안들은 무관심 속에 잊혀왔다.
2024년 경남 거제에서 동갑내기 전 남자친구에게 폭행당한 여성이 사망했다. 사망 이전 열한 번이나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번번이 쌍방폭행 등으로 풀어줬다. 30분 넘게 구타당해 사망한 사건이지만 법원은 ‘우발적인 살인’이었다며 살인죄가 아닌 상해치사죄를 적용했다. 어머니 손은진씨는 절규한다. “더 큰 문제는 우리 같은 사람이 이 세상에 너무 많다는 거예요. 전국에서 데이트폭력, 교제폭력으로 죽은 사람들 가족 한번 모아보세요. 이게 다른 사회적 참사들하고 무슨 차이가 있어요?”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하루라도 빨리 국가가 의지를 가지고 교제폭력을 구조적으로 막을 수 있는 대책들을 세워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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