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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V할인 일 강제동원 사과·피해배상 앞장선 양금덕 할머니, 국민훈장 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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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이 작성일25-08-04 17:47 조회2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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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V할인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94)가 지난 2일 ‘대한민국 인권상’(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3년 전 윤석열 정부에서 보류됐던 수여안이 이재명 정부에서 재추진된 결과다.
3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국가인권위원회는 전날 광주의 한 요양병원을 찾아 양 할머니에게 국민훈장 모란장을 직접 전달했다.
현재 94세인 양 할머니는 건강악화로 지난해부터 요양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인권위는 양 할머니의 건강상태 등을 고려해 별도의 수여행사를 열지 않았다. 훈장은 안창호 인권위원장을 대신해 육성철 광주인권사무소장이 전달했다. 이 자리에는 아들 박상운씨를 비롯해 광주시청 관계자와 시민 등 30여 명이 함께했다.
양 할머니는 “이재명 대통령 덕분에 모란장을 받게 됐다”며 “고맙게 생각하고, 열심히 일하는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1929년 전남 나주에서 태어난 양 할머니는 15살 되던 해인 1944년 ‘조선여자근로정신대’로 일본 나고야 미쓰비시 항공기 제작소에 끌려가 강제노역을 했다.
그는 1992년 일본 정부를 상대로 국내 첫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고, 30여 년간 일본의 사과와 배상을 요구해왔다. 인권위는 윤석열 정부 집권 첫 해인 2022년 할머니를 수상자로 추천했지만, 국민훈장 수여는 무산됐다. 당시 외교부가 다른 피해자들과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반대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서는 외교부가 양 할머니의 훈장 수여를 반대한 데는 ‘일본 눈치보기’가 작용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양 할머니가 일본 전범 기업을 대신해 한국 정부가 재단을 통해 배상금을 지급하는 ‘제3자 변제안’에 반대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줄곧 일본 기업의 직접 사과와 배상을 요구해왔다. 시민단체와 일부 관계자들은 “수여 취소는 양 할머니의 오랜 투쟁과 공적을 깎아내리려는 불순한 의도”라고 비판했었다.
다만 논의가 지지부진해지면서 양 할머니도 지난해 10월 윤석열 정부의 제3자 변제안을 수용했다.
오랫동안 양 할머니를 지원해온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이날 서훈에 아쉬움을 나타내며 전달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 단체는 양 할머니를 ‘대한민국 인권상’ 수상자로 추천했으며,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의 책임을 묻기 위해 앞장서 싸워왔다.
대신 성명을 내고 “이번 서훈은 전 정부의 잘못을 바로잡는 것”이라면서도 “제3자 변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은 절반의 정의이자 필요한 것만 골라 취하는 선택적 정의”라고 비판했다.
사실이 아님에도 오랫동안 많은 사람이 진실로 믿는 말이 있다. 이런 ‘사실 아닌 사실’은 반복 인용되며 사회 전반에 퍼져 나간다.
며칠 전 한 출판사에서 여행서를 두 권 받았다. 저자가 남도 사찰을 걸으며 소개한 순례 형식 책이었다. 서문에는 다음 시가 인용돼 있었다.
“답설야중거 불수호란행(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금일아행적 수작후인정(今日我行蹟 遂作後人程)”(눈 내린 밤길을 걸을 때, 어지러이 함부로 걷지 말라. 오늘 내가 걷는 이 길이,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역사의 무게와 자기 성찰의 중요성을 말할 때 자주 인용되는 시다. 저자는 이 시를 서산 대사의 작품으로 소개했다. 이 시는 백범 김구 선생도 즐겨 읊었다고 한다. 서예 전시회에서도 흔히 ‘서산 대사 시’로 소개된다.
그러나 이 시의 진짜 작가는 서산 대사가 아니다. <대동시선>에 수록된 조선 후기 시인 이양연(1771~1853)의 작품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잘못된 정보가 사실처럼 유통 된다.
비슷한 사례가 또 있다. 해남의 한 고택을 방문했을 때, 주인은 일제강점기 조성된 정원에 백파 스님이 머물렀다는 표식이 있다고 했다. 실제로 “선생백파소요대”라는 글귀가 새겨진 돌도 있었다. 백파는 고창 선운사에 머물며 초의 선사, 추사 김정희와 논쟁했던 고승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선생백파’라는 표현이 낯설었다. 조선시대에는 스님을 ‘선생’이라 부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상하게 여겨 확인해보니, 해당 인물은 스님이 아니라 조선 후기 유학자 신헌구(1823~1902)였다. 그는 해남에서 암행어사로 복무했고, 초의 선사의 <동다송> 말미에 ‘백파’라는 이름으로 축시를 남겼다. 동명이인을 혼동한 것이다. 나는 관련 자료를 모아 집주인에게 전했고, 이후 여러 매체에서 ‘백파 신헌구’로 바로잡히기 시작했다. 이처럼 널리 알려졌다는 이유만으로 확인 없이 사실처럼 받아들이는 일이 적지 않다.
나 역시 그런 실수를 한 적이 있다. 어느 날, 책을 많이 읽는 지인이 황진이 시라며 한시 한 편을 보여줬다. 가수 이선희의 ‘알고 싶어요’ 가사 중 “참새처럼 떠들어도 여전히 귀여운가요”가 황진이의 절구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원문은 다음과 같았다.
“훤훤여작정여상(喧喧如雀情如常)”(시끄럽기가 참새 같아도, 정은 여전한가요.)
여성의 수다를 당당하게 표현한 점이 인상 깊었다. 나는 이 시를 황진이의 작품으로 믿고, 공사석에서 인용하며 성평등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런데 글을 쓰는 어느 작가가 글에 인용하기 전 사실 여부를 확인했고, 이 시는 황진이를 소재로 한 소설 속에서 작가가 창작한 시임을 알게 되었다. 나 역시 의도치 않게 가짜 정보를 퍼뜨렸던 것이다. 그 일을 계기로, 이후에는 어떤 인용이든 반드시 출처와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오늘날엔 고의로 가짜뉴스를 만들어 퍼뜨리는 이들도 있다. 예전에는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했지만, 이제는 거짓과 음모가 인터넷을 타고 지구 반대편까지 퍼진다. 특히 인공지능과 딥페이크 기술은 거짓을 사실처럼 가공해 사람들을 곤경에 빠뜨린다. ‘세 사람이 말하면 없는 호랑이도 만든다’는 속담처럼, 집단의 말이 허구를 현실처럼 만든다.
석가모니 붓다도 언어의 해악을 경계했다. 그는 열반을 위한 여덟 가지 수행 중 하나로 ‘바른말’을 강조했다. 사실을 왜곡하는 말, 이간질, 욕설, 허세는 피하라고 했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타인과의 신뢰를 지키기 위한 도덕적 기준이고, 둘째는 그런 말이 자기감정·마음을 오염시키기 때문이다. 반대로 진실하고 자애로운 말은 내면을 정화하고, 평온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든다.
말은 공동체의 소통 수단이자, 생각을 담는 그릇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분열과 거짓의 언어로 서로를 공격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런 언어가 우리 자신을 거짓과 분열로 물들인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성 안 내는 그 얼굴이 참다운 공양이요, 부드러운 말 한마디 미묘한 향이로다.” 이 경구가 유독 깊이 다가오는 시대다.
스물 아홉 살 유나라의 일기로 이뤄지는 소설이다. 저출생 고령화의 여파로 인구의 상당수가 노인이다. 인구 구성상 청년은 ‘소수자’의 지위에 놓인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회일까. 나라의 일기 한 대목을 보자. “나이 들어서까지 재력을 유지한 사람. 그런 사람은 존경받는다.”
소설 속 세상에서 모두가 꿈꾸는 유토피아는 카밀리아 레드너라는 인물이 만들어낸 시카모어섬이다. 플라스틱 폐기물이 쌓여 폐허가 된 땅을 재정비해 태어난 이 섬은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슈퍼 리치 시니어들이 호화로운 서비스를 누리며 노후를 보내는 곳이다. 심사에 통과한 35세 이하 청년들도 섬에 입도할 수 있는데, 이들은 시니어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젊음의 나라손원평 지음다즐링 | 292쪽 | 1만9800원
배우를 꿈꿨으나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나라는 시카모어섬에 입도해서 엘피다 극단의 일원이 되는 것이 목표다. 어느 날 기회가 찾아온다. 국내 최대 노인복지시설인 유카시엘에 입사한 것이다. 유카시엘은 시카모어섬과 업무 협약을 맺고 있어 이곳에서의 경력은 시카모어에 입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유카시엘은 유닛A(사파이어 레이크), 유닛B(선샤인 마운틴), 유닛C(뉴시티 필드), 유닛D(아리아드네 정원), 유닛F(프리 하우스)까지 시설 이용료에 따라 다섯 개 유닛으로 나뉘어있다. 나라는 이곳에서 노인들의 불편 사항을 처리하는 상담사로 일한다.
기쁨에 들뜬 나라에게 룸메이트 엘리야는 걱정과 분노의 시선을 보낸다. 엘리야는 이주민 2세대로 노인요양병원의 간호사지만 노인을 혐오한다. 그는 나라에게 “내가 돌보는 노인들이 아직 젊고 기운이 있었을 때, 우리 가족에게 어떻게 대했을지 자주 상상해. 그들 중 꽤 많은 사람이 우리한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집회를 열고 반대 서명을 하면서 인터넷에 욕을 썼겠지? 근데 나는 이제 그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는 신세고, 우습지 않아?”라거나 “내 월급의 일정 부분이 왜 사회에 아무 기여도 안 한 그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데 쓰이냐는 거야”라며 불평하는 인물이다.
독자는 나라의 일기를 통해 한국 사회에도 곧 닥쳐올 미래를 간접 경험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12월23일을 기점으로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긴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2017년 고령사회(14%)로 진입한 후 7년 만에 초고령사회로 전환한 것으로 굉장히 빠른 속도다. 문제는 저출생 상황으로 인해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 청년 인구는 급격히 줄고 있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가 당면한 문제는 인구수 자체보다 앞으로 수도로 집중될 모든 것, 지금의 아이들이 떠받치게 될 미래의 기형적인 모양새다. 과연 이 시대에 태어난 아이들은 미래를, 절대다수가 될 노인 계층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손원평은 작가의 말에서 이 같은 고민으로 이번 소설을 쓰게 됐다고 했다.
갈등은 세대 간에만 있지 않다. 나라는 집세를 아끼기 위해 엘리야와 함께 살지만 둘은 사이가 좋다고만 할 수 없다. 엘리야는 자신이 ‘진짜 한국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차별받는다고 생각한다. 나라는 엘리야가 ‘사회적으로 공인된 약자’ 타이틀을 가지고 자신을 포함, 타인에게 어느 정도의 갑질을 한다고 생각한다. 나라는 엘리야와 함께 살며 “(엘리야에게 하는 행동이) 차별이라는 카테고리로 분류되지 않게 하기 위해 나는 정말 많은 에너지를 쓴다”고 일기에 적는다.
나라는 유닛A부터 유닛F까지 모든 시설을 경험한다. 이 안에서 노인들 간의 극단적인 계층 차이도 드러난다. 상위 유닛은 안온한 생활에 만족하면서도 시카모어섬과 자신의 현실을 비교하거나 자신을 시설에 넣고 찾아오지 않는 자녀에게 분노한다. 가장 낮은 유닛F는 더 끔찍하다. 입소자들은 시설에서 숙식을 제공받는 대가로 노동력을 제공해야 한다. 노동력을 제공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신약의 임상실험 대상자가 된다. 나쁘게 말하면 실험 쥐로 인생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어떤 이들은 안락사 곧 선택사를 꿈꾼다. 슬퍼하는 나라에게 비서 로봇인 오베론은 말한다. “너무 슬퍼하지마. 네 감정이 현실을 바꿀 수 없으니까.”
가상세계이나 소설 안 사회가 그리 생경하지는 않다. 인공지능이 일상화되고 부유한 노인을 위해 새로운 공동체가 생겨나는 가운데 가진 것 없는 청년과 노인은 점점 더 외곽으로 밀려난다. 소설이 미래를 그렸다곤 하지만, 어느 지점에서는 이 사회가 소설의 상상을 이미 뛰어넘은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 의혹과 관련해 박성재 전 법무부장관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압수수색 범위는 휴대전화와 차량이다. 박행열 전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장도 이번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4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채 상병 특검팀은 이날 오전 박 전 장관을 상대로 압수수색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박 전 장관의 차량과 휴대전화가 이번 압수수색 대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박 전 장관의 자택은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박 전 단장에 대해서도 차량과 휴대전화에 대해서만 압수수색에 나섰다.
박 전 장관과 박 전 단장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와 등의 피의자로 입건된 상태다. 특히 박 전 장관의 경우 윤석열 전 대통령과 공모해 당시 피의자 신분이었던 이 전 장관을 해외로 도피시켰다는 범인도피 혐의도 받고 있다.
특검팀은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 의혹을 수사해왔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윤석열 정부 시절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의 피의자 신분 상태에서 호주대사로 임명되는 등 ‘도피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이 전 장관을 출국금지 한 상태였는데, 이 전 장관이 호주대사로 임명되어 출국하는 과정에서 법무부로부터 이의신청 조치가 받아들여져 출국금지 조치가 해제된 바 있다.
특검팀은 이날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 및 이후 출국금지 해제 경위를 종합적으로 파악할 전망이다. 정민영 특별검사보는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한샘빌딩에서 진행한 정례브리핑에서 “이 전 장관은 (지난해) 당시 채 상병 사망 사건 관련 수사 외압 의혹의 주요 피의자로 출국금지가 돼 있었다”며 “그럼에도 인사검증 및 적격 심사 등 절차에서 아무 문제 없이 대사로 임명됐다”고 말했다.
정 특검보는 이어 “특검은 외교부 및 법무부 관계자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고 수사 내용을 토대로 추가 자료 확보가 필요하다 판단했다”며 “이에 오늘 오전부터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 정부가 출범했고, 50여일이 지났다. 야구로 치자면 새 감독이다. 좋은 성적을 바라는 건, 팀 안팎 모두의 소망이다. 팬들의 바람도 다르지 않다.
김성근 감독의 별명은 ‘야신(野神)’이다. 정작 김 감독이 더 아끼고 좋아하는 별명은 ‘잠자리 눈깔’이다. ‘지옥훈련’으로 알려진 ‘혹독한 연습량’이 특징이지만 더 중요한 건 그 훈련을 모두 ‘모니터링’하는 능력이다. 구석구석을 모두 살피며 빈틈을 놓치지 않는다. 팀(조직)이 잘 굴러가도록 하는 데 있어 ‘꼼꼼한 모니터링’만 한 것이 없다.
올 시즌 한화를 ‘다른 팀’으로 만든 건 8할이 김경문 감독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김 감독은 손사래를 친다. 김 감독의 오랜 지론은 “가장 멋지고 기쁜 경기는 벤치에 앉아 있던 선수들이 경기 후반 좋은 활약을 해줘서 이기는 경기”다.
한화는 올 시즌 경기당 평균 야수 기용이 13명으로 가장 많다. 주전들의 활약은 물론 중요하지만, 팀이 강해지는 것은 더그아웃 전체의 힘이 모일 때다. 후보라고 마냥 앉아만 있으면 긴장감이 줄기 마련이다. 경기 후반이면 어떻게든 경기에 내보내, 제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게 김 감독이 추구하는 야구다. ‘나도 승리에 보탬이 됐다’고 느끼게 하는 야구다. 9명의 야구보다 26명의 야구가 더 강한 것은 당연하다.
‘국민감독’이라는 별명을 얻은 김인식 감독은 좋은 감독의 조건으로 “뜨거운 가슴이 아니라 따뜻한 가슴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따뜻한 가슴을 얻기 위해선 “300패 정도는 해 봐야 안다”고 말했다. 경기 중 선수의 실수 또는 잘못이 나왔을 때 혼을 내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고, 최하수의 길”이라고 설명한다.
감독이 더욱 경계해야 할 일은 ‘자신의 결정으로 승리했을 때’ 나온다. ‘역시 내가 잘했어’라는 편향이 쌓이면 자만과 독선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김 감독은 “적어도 300패를 해야 내가 이렇게 했을 때 지는구나 하는 걸 깨닫게 된다”고 말한다. 패배의 경험과 반성을 통해 위기의 징조를 미리 파악하는 힘이 는다. 명장으로 가는 길은 패배를 통해 닦인다.
김태형 감독도 비슷한 맥락을 강조한다. 한화가 그런 것처럼 올 시즌 김태형 감독도 롯데를 변화시키는 중이다. 흔들리고 넘어질 듯하다가도 새 얼굴들의 활약으로 다시 일어서는 일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김 감독은 엄해 보이는 인상과 달리 경기에 깊숙이 개입하지 않는다. 감독이 ‘만기친람’하기 시작하면 선수들의 창의적 플레이가 사라지는 걸 오랜 경험을 통해 잘 알기 때문이다. 경기 전 이뤄지는 전력분석회의에 웬만하면 코치들도 참석시키지 않는다.
야구는 복잡한 경기고, 감독의 구체적 지시는 선수들의 시야를 좁혀놓을 수 있어서다. 다양한 변수에 대응하기가 어려워진다. 수비 위치를 옮기는 ‘시프트’가 대표적이다. 김 감독은 말한다.
“감독으로서 감이 딱 올 때가 있어요. 타구가 이쪽으로 갈 거 같애. 그때 감독이 내야수한테 ‘이쪽으로 옮겨’라고 지시하고 싶죠. 그런데 그렇게 지시하고 정말 옮겨서 딱 맞아떨어지면 오히려 더 큰일나요. 그러면 다음부터 선수들이 자기가 판단해서 플레이하기 어려워져. 감독만 쳐다보거든. 알아서 하는 거랑, 감독이 시켜서 하는 거랑은 완전히 달라요.”
명장이 되는 길은, 좋은 팀으로 이끄는 길은 어쩌면 단순하다. 감독은 모두를 봐야 하지만, 모두가 감독을 보게 해서는 안 된다.
훈련이든 경기든 구석구석 빈틈까지 모두 확인하면서 모니터링해야 하고, 모든 선수를 파악하고 경기에 적절히 투입해 ‘함께하는 야구’를 만들어야 한다. 내 의중을 잘 아는 몇몇만 데리고 하는 야구는 약하다.
승리를 만들어낸 자신의 결정에 갇히면 팀과 조직은 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워진다. 과감하게 맡기고, 스스로 판단하게 만들어야 한다. 위기가 닥쳤을 때 모두가 감독만 바라보게 되면, 헤쳐나갈 힘이 떨어진다. 야구는 감독이 아니라 선수가 한다. 정말 좋은 감독은 뛰어난 전략을 가진 이가 아니라 ‘위닝 컬처’를 심는 이다. 오랜 ‘지도자론’에서 벗어나는 중력탈출속도 초속 11.2㎞ 역시 여기서 출발한다.
그러고 보니, 예를 든 감독 4명이 모두 ‘김씨’다. 우연이다. ‘역시 김씨가 야구를 잘해’라는 일반화는 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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