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용접 [세상 읽기]스캠 단지 인신매매, 정치와 미디어의 ‘아무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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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이 작성일25-10-22 05:15 조회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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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DA(공적개발원조) 환수”를 외치는 정치인은 캄보디아에도 인신매매 피해자가 있다는 걸 알까? 캄보디아는 한국전쟁 당시 물자 지원국이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 재고”를 말하지만, 정작 가장 많은 스캠 피해를 겪고 범죄 근절에 갖은 수단을 다하는 것도 중국인이다. 한국은 “군대 투입” “전쟁 선포”를 선동하며 “범죄도시”라 혐오하지만, 한류 덕에 캄보디아 사람도 그 글자들을 읽을 줄 안다. 최근 태국과 캄보디아의 국경 분쟁으로 캄보디아 사람들은 킬링필드의 기억을 떠올리며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
정치권과 미디어는 피해자 비난과 ‘순수한 피해자’ 찾기에 열중한다. 피의자와 피해자를 구분하라는 주장은 조직적 범죄가 구축한 폭력 시스템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다. 피해와 가해, 자발성과 강제성의 경계는 선명하지 않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 군속으로 자원해 포로감시원으로 배치됐던 조선인들은 전쟁 직후 포로 학대를 이유로 B·C급 전범으로 기소돼 처벌받았다. 아사자가 속출한 열악한 환경에서 연합군 포로의 강제노동 관리 임무를 맡은 최말단 조선인들은 거부할 수 없던 명령의 피해자일까? 아니면 임무를 수행하고자 폭력을 가하기도 했던 가해자일까?
분명한 것은 ‘순수한 피해자’란 가해자가 구축한 폭력의 합리화 논리라는 점이다. 그렇기에 인신매매의 경우, ‘인신매매 등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로 피해자의 동의 여부가 가해자의 범죄 성립에 영향을 주지 못하도록, 피해자가 행한 범죄 행위는 그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하도록 했다.
정치와 미디어가 선동하는 지독한 자국민 중심주의와 피해자 비난은 공통의 인식에 기반한다. 스캠 단지 인신매매는 평화로운 일상을 갑작스레 침범한 외부 위협이고, 그 위협과 연관된 모든 것을 비난하며 자신과 무관한 일처럼 여김으로써 일상 안전을 지키려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조차 이주민 성매매와 강제노동 등 인신매매가 일상화돼 있다. 안온한 일상은 타인의 고통을 무시할 때 가능한 것이다.
스캠 범죄는 한국인을 모두 구출하고 강력히 단속한다 해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될 것이다. 범죄조직은 항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준비가 돼 있고, 범죄 원인은 복잡하기 때문이다. 사라지지 않는 인신매매 관행, 글로벌 불평등, 규제 없는 플랫폼 산업, 세계적인 청년 실업과 경제난 등이 뒤섞여 있다. 더욱이 헤게모니를 잃어가는 미국과 대안 제시에 실패한 중국 사이에서 동아시아 지역질서의 혼란은 지금처럼 공동체와 삶을 위협하는 ‘인간 안보’ 위기의 토양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지역질서를 향한 비전 부재가 사회의 혼란을 낳는다. 한국 정치가 혐오와 ‘아무 말’을 쏟아내는 것도, 사태를 이해하고 대안을 제시할 전략과 비전이 없기 때문이다. 단순히 한국인 구출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어떻게 인간 안보의 지역질서를 구축할 것인가? 스캠 범죄를 추적하고 그에 연루된 권력을 견제하려면 현지 시민사회와 민주주의의 성장이 필수다. 스캠 범죄가 보여주듯 모든 것은 연결돼 있다. 이에 대응할 아시아 공동의 번영과 평화를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어떤 아시아가 되어야 하는가? 내전, 분단 등은 한국만이 아닌 아시아, 글로벌 사우스의 역사다. 그 역사를 딛고 가장 멀리 나아간 민주주의와 한류, 경제대국을 자랑하는 한국은 이 질문에 답할 의무가 있다.
10살 난민 아동이 인천국제공항에서 넉 달째 사실상 구금 상태로 생활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아프리카 말리 출신인 이 아동은 아버지와 함께 지난 6월 입국해 난민 신청을 했는데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청의 거부로 정식 심사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현재 두 사람은 공항 내 임시 대기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말리는 현재 군사독재 정권이 장악해 극심한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말리 군정은 지난 5월 모든 정당과 정치단체를 강제 해산하고, 시민의 정치활동을 무기한 금지했다. 수도 바마코에서는 수백명의 시민이 반정권 시위를 벌였다. 지난 6월 입국한 말리 국적 A씨 가족은 이 상황을 피해 한국으로 왔지만, 법무부로부터 ‘난민심사 불회부 결정’을 통보받았다.
난민심사 불회부 결정은 난민 신청이 심사 단계까지 가지 않고 기각됐다는 의미다. A씨 가족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는데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공항을 나가지도, 돌아가지도 못해 사실상 공항에 구금되어 있다.
A씨의 아들 B군은 넉 달째 햇빛을 보지 못한 채 밀폐된 공간에서 지내고 있다. 대기실에는 창문과 환기시설이 없다. 공항터미널 내 면세점이 유일한 ‘놀이터’다. B군은 두통과 복통을 자주 호소하지만 공항 내 소규모 진료소에서 단순 진료만 가능하다. 병원진료비는 외부 난민단체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세면도구와 의류 등 기본 생필품도 비정부 기구(NGO) 도움으로 겨우 마련하고 있다. 현재 B군 외에 카자흐스탄 출신 7세, 15세 아동 두 명도 인천공항에 3개월째 구금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를 명백한 인권 침해로 보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20년 “난민 불회부 결정에 불복해 소송 중인 아동은 난민 신청을 명백히 남용한 것이 아닌 한 입국을 허용하고 인간다운 생활이 보장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또 2023년 “출국대기실은 장기 체류에 적합하지 않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할 수 있다”며 공항 밖 별도 시설 마련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아동, 임산부 등이 장기간 공항에 구금된 채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 경우 입국을 허용해 영종도 난민센터에서 머무르도록 조치한 사례가 있다.
A씨 가족 측 법률대리인은 “B군의 건강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며 “인권위 권고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밝혔다. A씨 측은 지난 17일 인권위에 추가 진정을 제기했다.
앞서 김해공항에서도 지난 4월 기니 국적 남성이 입국을 거부당한 채 5개월간 삼시 세끼 똑같은 햄버거만 받은 사실이 알려지며 인권침해 논란이 일었다. 이 남성은 군부독재에 반대한 시위에 참여했다가 체포·조사 과정에서 폭력을 당했고, 정치적 박해를 피해 한국에 왔다고 주장했다.
난민인권네트워크는 “난민 보호의 첫 단추는 난민 심사를 받을 기회를 공정하게 보장하는 것”이라며 “출입국 당국이 불회부 결정을 남발하면서 공항에 갇히는 난민이 늘고 있고, 이들의 기본적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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