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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드 규정 위반하고 주식투자한 금감원 임직원 5년간 113명… 징계는 4명에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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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이 작성일25-10-13 16:07 조회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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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드 지난 5년여간 100명이 넘는 금융감독원 임직원들이 내부 규정을 어기고 주식투자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적발된 인원 대부분은 경고나 주의촉구 처분에 그쳤으며, 경징계도 4명에 불과해 징계의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금감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주식투자 관련 규정을 위반해 적발된 금감원 임직원들은 총 113명이었다. 직급별로 보면 5급이 36명(31.8%), 4급 26명(23.0%), 3급 19명(16.8%), 2급 12명(10.6%), 기타 전문역 19명(16.8%) 등으로 나타났다.
규정을 위반한 이들은 상당수지만, 제대로 된 징계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위반 사례 중 96.5%(109명)은 인사윤리위원회 개최 없이 경고 처분만을 받았거나, 인사윤리위원회를 열었어도 주의촉구 처분 정도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봉·견책 등의 경징계도 3.5%(4명) 에 불과했으며, 면직이나 정직 등 중징계는 없었다.
금감원 직원들은 공무원은 아니지만 주식투자는 이들의 직무와 연관돼 있으므로 내부 규정 등을 통해 규제를 받고 있다. 매매내역을 주기적으로 보고하고, 계좌 수나 거래금액에 한도를 두는 방식이다.
금감원 임직원의 금융투자상품 보유 규모가 꾸준히 늘고 있음을 고려하면 ‘솜방망이’에 가까운 현재의 징계 실태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 의원에 따르면 금감원 임직원이 보유한 투자상품 규모는 2020년 19억5470만원이었으나, 올해 1분기 25억7200만원으로 5년새 32% 증가했다. 보유자 수도 같은 기간 587명에서 827명으로 41% 늘었다.
민 의원은 “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지켜야 할 금감원 임직원들이 내부 규정을 위반하고 가벼운 징계로 넘어가는 것은 국민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일”이라며, “실효성 있는 징계 기준 마련과 감찰 강화, 관련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새벽 낭송을 한다. 상반기에는 <주역>을, 요즘은 <불경>을 읽고 있다. 발심한 친구들이 새벽 정해진 시간에 온라인으로 만나 40분 정도 한 단락씩 돌아가며 낭송한다. 설명도 토론도 없이 오로지 낭송뿐이다. 그런데도 이 시간은 소리의 리듬과 공명이 텍스트 이해를 넘어 타자에게 감응하는 수행, 몸과 마음이 함께 깨어나는 리추얼의 시간이 된다.
그렇다고 텍스트가 주는 힘이 없는 것도 아니다. 지난 3월,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계엄·탄핵 정국에서 읽은 <주역>은 64괘가 담고 있는 흥망성쇠의 엄정한 순환과 극에 달하면 반드시 변한다는 ‘궁즉변(窮則變)’의 메시지로 평정심을 되찾게 했다.
요즘 읽는 <불경>도 마찬가지다. 특히 이번에는 붓다가 기원전 6세기 북인도의 수많은 제자백가 중 한 명에 불과했다는 점, 그리고 그의 첫 제자는 불과 다섯 명이었다는 사실이 눈에 들어왔다. 위대한 불교 사상은 서른다섯 살의 젊은 리더와 그의 비전에 감응한 다섯 명, 이렇게 여섯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부처님 전기가 대부분 율장(律藏)에서 편집된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율장하면 엄격한 계율을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초기 승가 공동체 안의 구체적 사건 기록이었다. 병든 동료를 돌보지 않았을 때, 질투로 다투었을 때, 외부에서 추앙하거나 멸시할 때, 부처님은 어떻게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했는가, 율장은 그 ‘판례집’이었다.
일찍이 피에르 아도는 고대철학이란 사변이 아니라 삶의 양식이었다고 말한다. 즉 고대철학은 스승과 제자로 구성된 생활공동체 속에서 특정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단련의 과정이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비단 서양만의 이야기는 아니었을 것이다. 동아시아 최고의 고전인 <논어> 역시 깐깐한 스승과 똘똘한 제자가 “어떻게 해야 인간답게(仁) 살 수 있을까”를 둘러싸고 치열하게 토론했던 문답의 기록이니 말이다.
내가 만난 율장 속 붓다도 그러했다. 설법은 늘 보시하라, 즉 가진 것을 나눠라와 계를 지켜라, 그러니까 간결하고 청빈하게 살아라로부터 시작한다. 그다음 감각적 욕망에 휘둘리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고서야 마지막으로 ‘고집멸도’라는 그 심오한 연기법을 설파한다. ‘사는 법’ 위에서만 ‘진리의 법’은 피어난다.
하지만 사는 법은 끊임없이 변할 수밖에 없다. 초기 승가 공동체는 버려진 천을 기워 만든 분소의(糞掃衣)를 입었지만, 시간이 흐르자 재가자들이 보시하는 옷을 허용했다. 더 많은 이들과 결속했겠지만, 초기의 견결함은 다소 후퇴했을 것이다. 데바닷타의 반역은 바로 그 경계에서 일어난 역설이었다. 붓다의 사촌이자 출가 제자였던 그는 승가의 세속화를 비난하고, 엄격한 고행을 주장하며 공동체의 분열을 일으켰다.
내가 속한 인문학공동체도 이제 17년이 되었다. 처음부터 공부는 구원을 향한 정진이라 믿었고, 그 안에서 우리 나름의 생태적이고 아나키적인 삶의 양태를 형성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세대 차이를 비롯해 모든 것이 삐걱댄다. 공동체 식탁을 차릴 것인가, 에세이를 쓸 것인가, 연대투쟁에 나갈 것인가 같은, 예전에는 이심전심으로 소통되던 것들이 지금은 서로의 신경을 거스르는 이슈가 되었다. 나는 우리에게 여전히 ‘공통적인 것’이 남아 있는지 의심한다. 우리가 다시 승가처럼 ‘잘 사는 법’을 함께 조율해 나가는 인문학-수행 결사체가 될 수 있을까?
나는 붓다공동체가 완벽한 이상향이 아니라, 늘 갈등 속에 공동체의 일기를 매번 다시 써나갔다는 데에서 가능성을 찾는다. 그리고 고타마와 다섯 명의 초기 ‘붓다밴드’를 떠올리면서 수행은 깨달음을 향한 일직선의 길이 아니라, 둥근 원과 같아서, 언제 어디서든 재발심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붓다 초기 설법의 원형을 보존하고 있는 ‘니까야’ 낭송을 계속한다. ‘니까야’가 원래 문서가 아닌 소리 경전이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어쩌면 나는 수천 년의 시간을 건너, 부처님과 소리로 공명하는 자리에서 다시 발심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위로가 된다.
오래전 우리 윗마을에 앉은뱅이 아짐이 살았다. 할매가 되어 세상을 떠난 지 벌써 오래다. 아짐이 언제 어떤 사연으로 앉은뱅이가 되었는지는 모른다. 아짐은 내가 기억하는 한 처음부터 앉은뱅이였다. 아짐의 남편은 좌익을 도운 죄로 짧은 감옥살이를 했다. 감옥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자리보전하고 누워만 있다가 일찍 세상을 떠났다.
아짐네 마루에는 늘 흙투성이 일복이 놓여 있었다. 앉은걸음으로 마루 끝에 당도한 아짐은 평상복 위에 두툼한 일바지를 껴입고는 두 팔에 힘을 주어 마당으로 내려앉았다. 두 팔과 엉덩이를 지렛대 삼아 흐느적거리는 다리를 끌고 밭에 당도한 아짐은 점심도 거른 채 죽어라 일만 했다. 엉덩이를 끌며 잔돌투성이 길을 오가고 흙밭에서 일하다 보니 바지 뒤가 노상 해졌다. 해진 곳에 얼마나 여러 번 새 천을 덧댔는지 일복을 입은 아짐의 엉덩이는 흑인 여성의 엉덩이처럼 거대했다.
마을 한가운데 살았지만 아짐은 언제나 혼자였다.
집 근처 커다란 팽나무 아래 누군가 놓아둔 평상은 동네 여자들의 일터요, 수다방이었다. 그 앞을 지날 때면 아짐의 앉은걸음 속도가 유독 빨랐다. 보통 사람의 걸음보다도 더 빠른 것 같았다. 아짐의 거대한 엉덩이가 모퉁이를 돌아 사라지기도 전에 누군가 아짐 흉을 보기 시작했다.
“반펭상을 보고 살았는디 한마을 삼시로 먼 심보로 인사 한번을 안 허까이.”
“인사만 안 허가니? 혼사고 장사고, 저 예년네헌티 십 원 한 장 받은 사램 있으먼 나서보소. 나넌 무시 한뿌랭이 받은 적이 읎네.”
동네 사람에게 아짐은 인사성 없고, 야박하고, 인색하고, 한마디로 경우 없는 여편네였다. 나도 그런 줄로만 알았다. 그날 밤, 어둑어둑한 논에서 아짐을 만나기 전까지는.
내가 무슨 일로 그 시간에 그 길을 지나고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엄마한테 혼날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발길을 재촉하던 나는 우연히 아짐의 논으로 시선을 두었다가 심장이 얼어붙는 줄 알았다. 내 종아리에 닿을까 말까 한 어린 벼 사이로 시커먼 그림자가 보였다. 가만 보니 아짐이었다. 물이 자박자박한 논에 퍼질러 앉은 아짐이 걱정되어 나는 큰 소리로 여러 차례 아짐을 불렀다. 아짐은 석상이나 된 듯 미동도 하지 않았다. 산중이라 이제 곧 시커먼 어둠이 닥칠 테고 나는 논두렁을 걸어 아짐에게 다가갔다. 아짐이 향해 앉은 쪽의 벼들이 뭉개진 게 보였다. 아마 피를 뽑으러 나온 아짐의 엉덩이에 당한 듯했다. 아짐네 벼와 벼 사이는 다른 논과 달리 간격이 넓었다. 엉덩이로 걸어야 하는 아짐의 몸 간격에 맞추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해만 유독 가깝게 심어진 것인지 아니면 아짐의 몸집이 불은 것인지는 모른다. 부지런히 피를 뽑다 저녁 하러 돌아선 아짐의 눈에 자신의 엉덩이에 짓눌린 벼가 보였던 게 아닐까. 그 순간 아득해진 게 아닐까.
나는 신발을 벗고 논으로 내려가 아짐 앞에 앉았다. 어쩐지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어깨라도 툭툭 건드렸다가는 어쩐지 아짐이 갇힌 수렁에서 다시는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았다. 아짐은 울고 있었다. 소리도 없이. 아짐은 바로 코앞에 있는 나를 잠시 뒤에야 알아차렸다. 내가 먼저 일어나 걸음을 뗐고 아짐이 엉덩이로 진흙을 미는 소리가 들렸다. 논두렁으로 오르는 아짐에게 나는 손을 내밀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아짐이 두 팔로 논두렁을 짚고 몸을 끌어올리는 모습이 숭고한 의식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짐과 나는 서너 걸음의 간격을 두고 천천히 마을로 돌아왔다. 그 뒤로 나는 아짐에 대한 소문이나 흉 따위를 믿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소리 없이 홀로 울 수 있는 사람은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니다, 어린 시절의 나는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앉은뱅이 엄마 없이(살아 있었지만 아짐은 끝끝내 어떤 자식의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결혼식을 치른 아짐의 자식들은 전처소생 딸 둘을 포함해 일곱 남매 모두 서울에서, 안양에서, 구례에서 씩씩하게 잘살고 있다. 홀로 소리 없이 울며 견뎌온 아짐의 지독한 의지 덕분일 게다. 전동차에 앉아 언덕빼기도 쌩쌩 오르며 밤을 줍는 동네 할매들을 볼 때마다 휠체어도 무엇도 없이 오직 자신의 엉덩이로 세상을 헤쳐나갔던 아짐 생각에 나도 그만 아득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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